지난주 미국 하원은 연방준비제도의 CBDC 계획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의원들 사이에서 금융 프라이버시와 정부의 과도한 개입에 대한 우려가 늘어난 덕분이다.
톰 에머 공화당 하원의원이 발의한 ‘CBDC 반 감시 국가 법안(Anti-Surveillance State Act)’에 대한 투표가 지난 목요일에 진행되었고, 이는 찬성 216표 및 반대 192표로 가결되었다. 이 법안은 연준이 CBDC를 뚜렷한 의회 승인 없이 직접적으로 개인에게 발행하거나, 중개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발행하는 것을 금지한다.
이 법의 지지자들은 선출되지 않은 관료들이 “금융 감시 도구”를 개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 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 자유와 미국의 핵심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비평가들은 이 결정이 혁신을 억제하고 세계 금융 세계에서 미국 달러의 오랜 지배력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 프라이버시를 둘러싼 논쟁
디지털 결제 시스템이 널리 도입된 오늘날, 법정화폐의 디지털 형태인 CBDC의 등장은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에 따라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도 자체 CBDC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많은 이들은 이러한 계획이 빠른 결제 속도와 금융 포용, 쉬운 정책 시행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에머 의원 같은 반대론자들은 CBDC가 연방정부에게 전례 없는 권력을 부여하여, 개인 재정을 감시하고 비인기 정치 활동을 훼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같은 사례를 지적했다. 이는 종종 부풀려지기는 했지만, CBDC가 사회 신용 점수 생성과 지출 통제를 위해 사용되는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여러분의 정부가 여러분을 통제하기 위해 자신의 도구를 무기화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입니다”라며 에머는 그의 연설 중에 경고했다. “중국이 이를 수용했다는 것은 여기에 대항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주장은 명백히 당파적이고 반중국적이지만, CBDC 출시에는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염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모든 결제 활동에 대한 면밀한 감시를 허용하게 한다. 그리고 독재적인 기반 위에 구축될 경우, 이론적으로 정부가 특정 사람들의 통화 사용을 제한할 수 있게 된다.
연준은 CBDC 추진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고, 이 상품을 필요한 법적 권위 없이는 출시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백악관의 최근 행보와 친 CBDC 입장은 에머를 포함한 다른 이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하도록 부추긴 것이다.
에머는 “독재정권은 감시를 위해 가상화폐를 사용합니다. 이 법안은 연방정부가 이러한 발자취를 따르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고 덧붙였다.
이 법안에 찬성하는 소수의 민주당원
공화당원들은 대부분 이 법안을 지지했지만, 이를 지지한 민주당원은 3명에 불과하다. 이 민주당원에는 자레드 골든, 메리 펠톨라, 마리에 그루슨캠프 페레즈가 포함된다.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들은 이 법안에 반대했다. 이 법안이 결제를 촉진하고 거래 비용을 줄이는 새로운 혁신을 금지하여, 금융 산업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의 민주당 최고위 의원 맥신 워터스는 “모든 CBDC를 금지하는 이 법안은 미국 달러의 입지와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힘을 위협합니다”라고 말했다.
“미국달러는 세계 준비통화이며, 세계 무역의 절반 이상이 달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는 거래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자체 CBDC를 발행하는 것을 포함한 여러 방안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워터스는 미국 동맹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CBDC 개발을 위해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이 법안은 “미국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CBDC를 금지하는 나라”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한편 TD 코웬의 분석가도 비슷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우리는 이러한 금지법이 미국은행의 세계 지배력과 미화의 세계적인 역할에 부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라며 목요일 발표에서 말했다. 이들은 “왜냐하면, 금지법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도매상에도 적용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상환 러시가 발생하면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달러가 가치를 잃게 되지만, 디지털 유로는 그런 위험을 직면하지 않게 됩니다. 따라서 디지털화된 유로와 다른 통화들은 세계 무역에서 활용될 수 있는 이점을 누리게 될 겁니다”라고 주장했다.
스테이블코인은 CBDC보다 더 좋은 대안일까?
초당적 지지가 없는 CBDC 반 감시법은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끝없는 싸움을 직면하고 있다. 설령 소수의 민주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더라도, 아직 동반법안이 준비되지 않은 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적다. 왜냐하면 상원의원들은 계속 발언하여 표결을 고의적으로 지연하며, 합법적으로 법안 추진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해행각은 클로처 투표를 통해서만 끝낼 수 있으며, 이는 상원의원 100명 중 60명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설령 의회가 승인하더라도, 바이든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특히 그의 행정부는 CBDC 연구 및 개발을 빠르게 추진하려는 야망을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하원 표결은 디지털 통화를 둘러싼 연준의 야망에 대한 강력한 질책을 시사하며, 발행 전에 강력한 의회 감독을 조성하고 CBDC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공개 토론을 추진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이러한 금융상품에 대한 불쾌함을 드러낸 바 있다.
이 공화당 후보는 뉴햄프셔의 집회에서 “여러분의 대통령으로서, CBDC 창설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통화는 여러분의 자금에 대한 절대적인 통제권을 연준과 연방 정부에게 부여할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준은 아직 이러한 노력을 추진할 준비나 의사가 없다고 주장했다.
제롬파월 의장은 올해 3월 “설령 CBDC가 도입되더라도 우리는 모든 미국인이 연준에 개인 계좌를 가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오직 은행만 연준에 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는 계속 유지될 겁니다.”
CBDC 반대 법안은 비트코인처럼 정부의 통제 밖에서 운영되는 암호화폐 채택에 직접적인 혜택을 제공할 것이다.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의 탈중앙적인 성격은 개인 재정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늘어나는 것에 반감을 지닌 이들에게 큰 매력으로 어필할 것이다.
한편 다른 이들은 스테이블코인이 금융당국의 감독을 포함한 적절한 투자자 안전장치를 갖출 경우, CBDC가 남길 공백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 FIT21 법안 승인에 극찬
CBDC 반 감시 국가 법안이 일부 사람들에게 ‘반 혁신’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반면, 불과 얼마 전에는 FIT21이라는 주요 암호화폐 시장 관련 법안이 초당적 합의로 통과되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FIT21(21세기 금융혁신 및 기술 법안)은 미국 내 거래소 운영, 투자 서비스, 가상자산 상업화 같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포괄적인 규제 프레임워크 개발에서 중요한 첫 단추로 간주되고 있다.
업계의 선도적인 로비 조직 블록체인 협회는 FIT21 통과에 찬사를 보내며, “암호화폐 산업의 터닝포인트이자 의회 승인의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분명한 것은 암호화폐 산업 규제에 대한 의원들의 관심이 매달 무섭게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은 오늘날 매년 수십억 달러의 새로운 자금이 이 시장에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며, 동시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인기 자산에 대한 쉬운 투자 수단이 계속 승인되는 것과도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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