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미국 대통령이자 2024년 유력한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한번 암호화폐 산업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는 지난주 업계 리더들이 참여한 캘리포니아 행사에서 스스로를 “암호화폐 대통령”이라고 주장하며 관심을 끌었다.
트럼프는 평소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말할 줄 아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암호화폐 산업을 선호하는 그의 태도는 제법 진심으로 보인다. 이번 모금행사는 데이비드 색스 및 차마스 팔리하피티야가 주최했으며, 이들 모두 실리콘 벨리에서 저명한 인물들이다. 이 행사는 평소 바이든 대통령의 암호화폐 반대 정책과 발언에 지친 부유한 기부자들을 대상으로, 트럼프가 총 1200만 달러를 모금할 수 있도록 도왔다.
로이터 통신은 행사에 참여한 세 명의 인물들과 인터뷰했으며, 이들은 트럼프가 미국 암호화폐 산업 발전을 지지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고 밝혔다.
트럼프 재임기간 중 오스트리아에서 대사직을 역임했던 트레버 트라이나도 인터뷰에 응했다. 그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 산업의 발전을 막아서는 현 행정부의 노력에 대해 비난했고, 자신의 재선으로 그 행보가 멈출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이 산업을 지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이나 노력을 특별히 명명하지 않았지만, 그의 연설이 업계 리더들의 불만과 상통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업계 리더들은 평소 미국의 암호화폐 산업이 정치적 지원 부족으로 인해 다른 나라보다 뒤처진다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비우호적인 정책을 활용하는 트럼프
2022년 조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에 서명하여, 금융 규제당국이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책임감 있는 개발을 보장하는 정책을 시행하도록 촉구했다. 이 명령을 시행하는 규제당국에는 증권거래위원회(SEC) 및 상품거래위원회(CFTC)가 포함된다.
이후 SEC와 게리 겐슬러 의장은 업계에 대한 엄격한 조사를 시작했다. 그 대상에는 암호화폐 거래소, 개인 프로젝트, 심지어 업계 유명 인사까지 포함되며, SEC는 이들이 미등록 증권을 대중에게 제공했고, 금융사기와 돈세탁을 공모했다며 고발했다.
한편 바이든은 지난주 SAB 121 지침을 폐지하기 위한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참고로 이것은 암호화폐 자산을 보유한 기관들이 재무제표에 이러한 자산을 부채로 기재하도록 강제하는 악명 높은 지침이다.
반면 트럼프는 전혀 반대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선거자금 모금을 위해 암호화폐를 활용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사상최초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기부를 받는 대선 후보가 되기도 했다.
그는 “나는 암호화폐 기업과 새롭게 부상하는 이 산업과 관련된 모든 것에 매우 긍정적이고 열린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라며, 자신이 소유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을 통해 생각을 밝혔다.
트럼프는 올해 초 선거자금 모금을 위해 NFT 컬렉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머그샷 에디션’이라고 불리는 이 컬렉션은 트럼프를 슈퍼히어로, 농구 선수, 심지어는 WWE 레슬링 선수로 묘사하며 관심을 끈 바 있다.
이 NFT의 가격은 99달러이며, 구매자들은 2024년 12월까지 이것을 거래할 수 없다. 이는 구매자들이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트럼프에게 충성을 맹세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흥미롭게도 트럼프가 NFT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모금 활동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22년에도 디지털 카드를 판매하며 상당한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당시 카드는 지지자들과 투기꾼들 사이에서 하루 만에 4만 장 이상 팔렸고, 덕분에 트럼프는 수백만 달러를 모금할 수 있었다.
트럼프, 샌프란시스코 승리 위해 암호화폐 지지자들에게 어필
또 다른 행사 참여자 제이콥 헬버그(인공지능 회사 팔란티어 소속) 또한 암호화폐 산업에 대해 트럼프가 긍정적인 발언을 했고, 산업 발전에 장애를 제공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헬버그는 로이터 통신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암호화폐에 대적하는 바이든-겐슬러 십자군이 트럼프 행정부 복귀 한 시간 만에 중단될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는 평소 민주당이 강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지만,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가 그동안 시행한 적대적인 행동과 그에 대한 반감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사에는 암호화폐 지지자로 유명한 색스와 팔리하티피야 외에도, 유명 미국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제미니의 임원진을 포함한 다른 업계 리더들도 참여했다.
암호화폐 문제를 놓고 분열된 의회
공화당 의원들은 혼란이 일상다반사인 암호화폐 세계에 질서를 가져올 수 있는 포괄적인 규제를 추진해 왔으며, 놀랍게도 여기에는 몇몇 민주당 의원들의 도움이 함께 했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5월 FIT 21(21세기 금융혁신 및 기술 법안)로 알려진 신규 법안이 하원에서 279대 136 표로 통과하기도 했다.
이 법안은 공화당 하원의원 패트릭 맥헨리, 프렌치 힐, 더스티 존슨이 지원했다. 그리고 이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한 것은 소비자를 보호하고, 혁신을 촉진하며, 미국 핀테크 부문을 감시하는 적절한 규제를 만들기 위한 “역사적인 단계”로 간주되었다.
이 법안은 산업을 감독하는 규제 책임을 SEC와 CFTC가 나누어 부담하게 한다. 이는 양측 어느 쪽도 달가워하지 않는 결과이며, 아마 이것이 현 행정부가 이 법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FIT 21은 민주당 의원 총 76명이 공화당에 합류하여 승인되었는데, 이것은 민주당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가 이끄는 당의 단합에 약간의 균열이 생긴 것을 시사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법안이 암호화폐 산업의 복잡성을 다룰만한 능력을 갖췄는지에 대한 우려를 표했고, 현재 상태에서 소비자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바이든은 딱히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것이 상원으로 도달하기까지 아직 긴 여정이 남은 것도 사실이다.
한편 전 하원의장이자 민주당 최고 의원인 낸시 펠로시는 이 법안을 지지했다. 그녀는 이 법안이 “가상 자산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첫 단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서 업계 규제 문제와 관련하여 민주당과 대통령 사이에 특별한 합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불확실성은 트럼프가 바이든에게 대항하여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혜택을 선사할 것이다.
관련 기사